제12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 아시아지역회의 참가기
-2014년11월 3-7일, 캄보디아시엠립-
글. 박선영 (동북아생태네트워크센터 국제협력국장)
지난 2014년 11월 3일(월)부터 7일(금)까지 캄보디아 시엠립(Siem Reap, Cambodia)에서 제12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를 준비하기 위한 아시아 지역회의(Ramsar Pre-COP12 Asia Regional Meeting)가 열렸습니다. (재)환경생태연구재단은 12차 람사르총회에서 논의될 의제점검과정에 참여하고, 지난 6월 람사르협약 사무국과 (재)환경생태연구재단이 공동으로 출간한 ‘습지센터 기획 및 설계, 관리운영에 관한 모범사례 핸드북’을 아시아지역 당사국정부 및 관계자, 현장전문가들에게 알리기 위해 동북아생태네트워크센터 김경원 센터장과 박선영 국제협력국장이 참가하였습니다. 이번 아시아 지역회의에서 발표된 발표 요약문과 PPT 자료는 다음의 회의 웹사이트에서 직접 보시거나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http://aws-arm2014.org/documents.html
[제7차 아시아습지심포지움(AWS) - Ramsar Pre-COP12 개막식 모습] ⓒ 김경원 (ERF Korea)
2015년 6월 1일부터 9일까지 우루과이 푼타 델 에스테 (Punta del Este, Uruguay)에서 열리는 제12차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를 준비하기 위한 아시아지역회의(Ramsar Pre-COP12 Asia Regional Meeting)가 2014년 11월 3일(월)부터 7일(금)까지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열렸다. 2012년 7월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에서 열렸던 제11차 당사국총회 개최 이후 협약의 실행상황 및 12차 당사국총회에서 논의될 결의안 초안(Draft Resolution)을 점검하고 아시아지역의 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한 우선순위 사안들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본 지역회의는 캄보디아 정부가 주최하고 람사르협약 사무국, Wetland International Japan, 일본람사르센터 (Ramsar Centre Japan) 공동 주관, 한국 환경부, 일본 환경성 및 인도네시아, 이라크, 태국 정부, 노르웨이 환경부, 일본경단련 자연보전기금(KNCF), 유엔환경계획(UNEP) 등이 후원하였다. 한국에서는 정부대표로 환경부 지구환경담당관실이 참여하였으며 옵저버로 (재)환경생태연구재단 이외에 국립습지센터, CEPA 국가연락담당관 (CEPA National Focal Points), 동아시아람사르지역센터(Ramsar Regional Centre-East Asia), 부산대학교 등에서 총 11명이 참석하였다.
첫째 날인 11월 3일(월) 오전에는 개막식에 이어 주최국인 캄보디아의 습지보전현황 및 과제에 대한 3개의 발표가 있었다. 오후에는 람사르협약 사무국과 협약의 자문기구인 ‘과학기술패널’(Scientific and Technical Review Panel: STRP) 그리고 람사르협약의 아시아지역 이니셔티브로서 활동하고 있는 동아시아람사르센터 (RRC-EA), 중서아시아람사르센터 (RRC-CWA), 동아시아-대양주 이동물새파트너십(EAAFP)의 보고가 이어졌다. 또한 태국정부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새로운 람사르협약 아시아지역이니셔티브로서 각각 ‘아시아지역습지러닝센터’ (Regional Wetland Learning Centre) 설립과 ‘Mekong WET’ 이니셔티브를 제안하였다.
[11월 5일(화) ‘CEPA Draft Resolution Session’에서 발표하고 있는 박선영 국장] ⓒ 김경원 (ERF Korea)
(재)환경생태연구재단은 회의 둘째 날인 11월 4일(화) 오전,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새로운 6년 동안의 람사르협약 CEPA (Communication,Education and Public Awareness) 프로그램에 대한 결의안 및 전략계획 (Programmeon CEPA 2016-2021)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습지교육센터 핸드북 제작을 위한 다층커뮤니케이션과 쌍방향 참여”(Multi-level Communication and Interactive Participation for Producing Ramsar Wetland Education Center Handbook)라는 제목으로 약 15분 동안 발표하였다. 발표를 맡은 박선영 국장은 지난 6월 람사르협약과 공동으로 출간한 ‘습지센터 기획, 운영, 관리에 관한 모범사례 핸드북’이 나오기까지 약 2년에 걸친 과정을 소개하고, 국제단체와 국내 관련 기관 및 이해당사자들을 잘 알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중간조직’(Intermediary Organization)의 역할을 사업의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박선영 국장은 발표 마지막에 기존 람사르협약 CEPA 관련 결의문에서 습지 보전 및 교육활동의 중심으로 습지교육센터의 역할을 강조하였음을 상기하고, 2016-2021 CEPA 프로그램에 람사르협약 당사국정부들이 습지센터 핸드북을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하고 활용할 것을 장려한다는 문장을 삽입하자고 제안하였다. 박선영국장의 이 제안은 이후 아랍에미레이트(United Arab Emirate) 정부대표단이 다시 한번 사무국에 제안함으로써 CEPA 결의안 초안에 삽입되게 되었다. 또한 (재)환경생태연구재단은 회의 마지막 날인 11월 7일(금) 람사르협약의 새로운 전략계획(Strategic Plan)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국제습지센터연대(Wetland Link International)가 제안한 ‘전세계 습지센터현황구축 필요’ (Establishing Global Database on Wetland Education Centres) 발언을 지지하고 습지센터 운영 및 관리의 모범사례(Best Practices)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도 포함시키자고 제안하였다.
[회의 중간에 진행발언을 하고 있는 람사르협약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선임자문관 루 영(Lew Young) 박사] ⓒ 김경원 (ERF Korea)
이번 아시아 지역회의는 특히 람사르협약의 4차 전략계획 (The 4th Ramsar Strategic Plan 2016-2021) 초안이 발표되고 논의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6년 단위로 결정되고 이행되는 람사르협약의 전략계획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향후 6년간 협약이 중점을 두고 진행할 목표와 활동영역, 그리고 주요 대상그룹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당사국정부와 관계자들에게 ‘습지보전 및 현명한 이용을 위한 국제협력과 국내 및 지역 행동’이라는람사르협약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어느 길로 가야 할 지를 보여주는 지도와 같다. 제4차 전략계획에 대해 아시아지역회의에서 나온 의견들은 다른 결의안 초안에 대한 의견들과 마찬가지로 내년 1월 26일부터 30일까지열리는 제 48차 람사르협약 상임위원회(Standing Committee)에 제출되어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제4차 전략계획 이외에도 람사르 사이트 관리 효과성 제고에 관한 결의안(태국 정부 발의), 습지와 재해경감(필리핀정부 발의), 그리고 습지도시인증(튀니지정부 발의)에 대한 결의안 초안들이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한국 환경부가 튀니지 정부와 공동으로 발의하고자 하는 '습지도시인증에 관한 결의안 초안'은 일본, 인도 등 몇몇 당사국정부들이 제도 운영 및 예산 확보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였고, 보완된 결의안 초안을 다음 상임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하였다. 람사르협약 사무국은 새롭게 개편한 람사르사이트정보 홈페이지(http://rsis.ramsar.org)도 소개하였다. 기존 람사르사이트정보 관리 홈페이지가 당사국정부들이 사무국에 직접 제출하는 문서에 의존했다면, 이번에 개편된 람사르사이트 정보홈페이지는 각 정부의 담당자가 웹기반으로 람사르사이트 정보를 실시간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향후 람사르사이트 관리 효과성 제고에 관한 결의안이 통과된다면, 새로운 홈페이지는 결의안과 함께 각국의 람사르사이트 보전현황 및 과제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알릴 수있는 좋은 도구가 되리라 생각한다.
[‘큰 강’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톤레삽(Tonle Sap) 전경] ⓒ 김경원 (ERF Korea)
전 국토가 메콩강 유역권에 속해있으며 동남아시아 최대의 민물호수인 톤레삽(TonleSap)이 있는 캄보디아에서 아시아지역회의가 열린 만큼 참가자들에게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프로그램은 바로 회의 셋째 날로 예정되어있던 톤레삽 프렉토알 조류보호구(Prek Toal Bird Sanctuary) 방문계획이었다. 11월부터 건기가 시작되는 캄보디아이지만 여전히 무더운 한낮의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참가자들은 아침 6시 30분에 호텔에서 출발했다. 톤레삽호수에 도착해 캄보디아정부에서 미리 준비한 배 5대에 나눠 타고 프렉토알 조류보호구로 향했다. 한국 사람들은 보통 ‘호수’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저수지와 같이 수면에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커다란 물그릇을 떠올리기 쉽지만, 톤레삽에는 ‘flooding forest’라고 하는 많은 종류의 관목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만 잊어버린다면 마치 아프리카 초원의 사바나 한 가운데에 들어와있는 느낌이었다. 1994년 프렉토알에서 대규모 조류번식지가 발견된 이후 캄보디아 정부와 BirdLife International, WWF, IUCN 등 국제단체들이 프렉토알 조류보호구를 핵심지역으로 지정하고 보호하기 위해 조사, 모니터링, 감시(주로 조류 번식기에 지역주민들이 알을 가져가거나 둥지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감시활동을 벌인다), 지역공동체에 기반한 생태관광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프렉토알에는 조류보호구뿐만 아니라 수상가옥마을도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주로 톤레삽에서 어업활동을 하지만 프렉토알이 알려지면서 부쩍 늘어난 생태관광객들이 이제는 주요 수입원이되고 있다고 한다. 집에서 작은 배를 끌고 나와 익숙하게 노를 저어 몇 집 건너에 있는 (슈퍼마켓처럼 보이는) 집 앞에 배를 갖다 대는 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우리동네 뒷골목을 자전거로 누비는 아이들의 얼굴과 비슷하다.
회의장안에서 쏟아지는 말과 글들이 이렇게 습지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줄 수있는 힘을 갖게 하는 것, 그것이 “회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아닐까?
[5일 동안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람사르협약 아시아지역 담당관들 및 일본 참가자들과 함께] ⓒ 김경원 (ERF Korea)